HOME   /   알림마당   /   웰다잉소식

    웰다잉소식

    [중앙일보] 콧줄 꼈어도 카페 데려가라…말기암 환자 웃게하는 법 [Health&]
    2025-10-20 17:22:21
    관리자
    조회수   493

    암 환자와 가족 위한 돌봄 가이드

    박중철 교수.jpg

    연세암병원 박중철 교수(가정의학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A씨(47)는 올해 초 갑작스레 4기 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포기할 수 없었던 온 가족이 전라남도 나주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올라왔다. 두 차례 항암을 이어갔으나 병은 나빠졌다. 복수가 차고 몸은 점점 무거워져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남편이 힘겹게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필요하단 말을 꺼냈다. 항암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환자는 극심한 우울감과 무기력을 보였다. 완화의료팀은 정신종양의학과 협진을 요청했다. 이후 며칠 뒤 환자가 “처음으로 푹 잤어요”라며 웃었다. 더는 가족 앞에서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곧 나을 거야’란 희망은 암 치료의 고통을 버티게 한다. 하지만 완치가 어렵다는 말 이후의 시간은 숙제다. 병은 여전히 내 안에 있는데 삶은 계속된다. 환자와 가족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헤맬 때 완화의료는 고통을 덜고 사람답게 일상을 살도록 돕는다.

    이런 완화의료를 말기 암 환자의 마지막 선택지, 임종을 기다리는 단계로만 오해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연세암병원 박중철(가정의학과·사진) 교수는 “완화의료의 목표는 남은 하루하루를 안 아프고 살맛 나게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터부시되던 죽음을 환자와 가족이 함께 받아들이며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의 저자인 박 교수는 말기암 환자와 가족을 돌봐온 완화의료 전문가다. 박 교수와 함께 완화의료 원포인트 레슨 6가지를 소개한다.

    ① 일찍 완화의료 접하면 생존율 2배
    치료 선택지가 남아 있어도 몸이 버티지 못할 때가 있다. 고령이거나 부작용·통증에 쇠약해진 환자가 그렇다. 진행암 환자의 절반은 임종 직전까지 통증, 호흡곤란, 전신 쇠약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같은 고강도 연명 치료를 받는다. 서울대병원이 발표한 2편의 연구(2025)에 따르면 완화의료 외래 진료를 한 달 일찍 받을수록 임종 직전 응급실 방문율이 16%씩 감소했다. 조기에 질 높은 완화의료를 받은 진행암 환자는 2년 생존율이 2배이면서 우울감은 절반 이하였다. 완화의료는 신체 증상뿐 아니라 정신적·영적 고통까지 함께 돌본다. 암 진단 초기부터 삶의 질을 지키도록 돕는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② 가까운 곳에 새로운 주치의 두기
    완화의료는 증상 조절과 약물 조정, 응급 대응이 자주 필요하므로 거리상 가까운 병원과의 연계가 좋다. 통증, 식욕부진, 피로, 불면을 다루는 새로운 주치의를 따로 두길 권한다. 지역의 완화의료 전문기관에 미리 등록해 두면 주치의와 수시로 연락하며 약물·입원·돌봄을 조정한다. 완화의료 전문가는 환자와 가족에게 앞으로의 일을 지도처럼 펼쳐 보여주고 함께 대비한다. 평온한 여정의 길잡이 역할이다.

    ③ 가족과 함께 임종 다룬 영화 보기
    임종 과정이 막상 다가오면 “기적이 일어날 거야” “기도 받으면 나을 거야”라는 말만 한다. 정작 필요한 “지금까지 행복했어, 고마웠어” 같은 작별의 대화는 거의 없다. 죽음을 부정하고 실패로 여기는 현대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 이럴 때 영화 같은 시청각 자료는 좋은 교재다. 예컨대 일본 영화 ‘엔딩 노트’는 말기 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남은 6개월을 ‘삶의 숙제 10가지’로 채워가는 이야기다. 가족과 여행하고 정치적 신념을 다시 표현하며 노모에게 직접 죽음을 알리는 장면이 이어진다. 딸은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다.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남은 이들은 삶을 배운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 때 처음엔 어색해도 같이 영화를 보고 죽음을 주제로 이야기해 보자. 두려움이 줄고 서로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살고, 어떻게 떠나고 싶은가에 관한 가치관의 대화다.

     

    콧줄.jpg

    완화의료는 금기시되던 죽음을 환자·가족이 함께 받아들이며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④  환자가 터널 지날 땐 기다리기
    환자는 자신의 몸 변화를 의사·가족보다 먼저 안다. 주변에서 기적을 말해도 마음 한쪽에서는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치료가 더는 통하지 않거나 몸이 서서히 멈춰가면 극심한 상실감이 온다. 이때 필요한 건 환자 스스로 터널을 지나오기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이다. ‘조금만 먹어봐, 움직여야 나아져’ 대신 누워 있고 싶어 하면 누워 있게 두고, 아무 말 하기 싫어하면 조용히 함께 있어 주는 것이다. 환자는 떠날 때를 알고 있지만 남은 가족을 두고 쉽게 떠나지 못하는 마음도 있다. 갈팡질팡할수록 동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럴수록 가족은 일상을 유지하며 각자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가족이 밥 먹고 일하고 웃는 모습을 볼 때 환자는 비로소 괜찮다는 신호를 받고 암묵적 강박에서 벗어난다. 좀 내려놔도 됨을 느끼면 스스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아간다.

    ⑤ 통증 조절해 일상 즐기도록 도와
    통증이 조절되면 암 환자라는 사실도 잠시 잊는다. 걷기 힘들어도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가고, 콧줄을 꼈어도 마스크를 쓰고 카페에 가 커피향을 맡는다. 먹지 못해도 좋아했던 음식의 향이나 꽃향기를 맡으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오늘은 덜 아파 커피 향이 좋았다, 아이 얼굴을 보니 힘이 난다’는 말이 나온다. 마약성 진통제를 쓰면 중독되고 빨리 돌아가신다는 건 오해다. 통증 조절이 안 돼 못 먹고 못 자면 더 약해진다. 장기 통증(내장통)에는 마약성 진통제, 근육·뼈·피부 통증에는 소염진통제의 효과가 좋다. 신경통에는 항경련제나 항우울제를 쓰는 게 낫다.

    ⑥ 환자 돌봄 기술 가족이 직접 배워야
    가정형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의료진이 집으로 찾아와 상처 소독, 콧줄 관리, 복수·흉수 배액, 중심정맥관 영양 투여 등을 돕는다. 학습지 선생님처럼 ‘오늘은 중심정맥관 관리법을 해볼까요?’ ‘주사기에 공기가 차고 막히면 이렇게 톡톡 쳐야 해요’ 하며 가족이 직접 해보도록 시범과 교육을 병행한다. 환자는 익숙한 냄새와 소리, 온기 속에서 자신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간다. 돌봄 기술을 배운 가족에게 임종 과정은 죽음을 지켜보는 시간을 넘어 삶을 함께 완성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슬픔 속에서도 감사와 평화를 경험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5054

    댓글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기사날짜 조회수 첨부 파일
    공지 [헬스조선] 임종 직전 가족에 맡기던 ‘연명의료 결정’… ‘미리 논의’로 바뀐다 관리자 2026-09-07 95
    공지 [한겨레] ‘멸종 위기’ 호스피스…“편히 죽으려면 어디로” 관리자 2026-08-28 162
    공지 [뉴시스] '웰다잉'도 지역 격차…호스피스 절반이 '수도권 집중' 관리자 2026-08-27 121
    공지 [헤럴드경제] 연명의료 중단 밖 ‘고통의 사각지대’…“의사조력사, 별도법으로 엄격 규율” 관리자 2026-08-26 124
    공지 [국민일보] “Before I Die” … 죽음의 교육 통해 삶의 가치 배운다 관리자 2026-08-25 107
    공지 [서울경제] 장기이식 의료진 10명 중 6명 “기증 의사 지원할 연명의료법도 개정해야”[이어진 숨, 피어난 삶] 관리자 2026-08-18 130
    공지 [메디컬투데이] ‘말기 예견 환자’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가능해지나…법 개정 추진 관리자 2026-08-18 130
    공지 [연합뉴스] 말기 암환자의 종착역은 왜 아직도 응급실일까 [김길원의 헬스노트] 관리자 2026-08-13 145
    공지 [여성경제신문] 요양원에서 마지막 맞으려면...정부 ‘임종기 지원’ 의료연계부터 관리자 2026-08-12 136
    공지 [세계일보] 어떤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 [김태정의 진료실은 오늘도 맑음] 관리자 2026-08-09 132
    공지 [매일신문] 건강수명과 웰다잉(Well-dying) [의창] 관리자 2026-08-05 144
    공지 [아주경제] 쇠퇴 아닌 축적…60세 거북의 거꾸로 가는 시계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관리자 2026-07-28 114
    공지 [한겨레] “모든 삶은 기록되어 마땅하다” 죽음 마중하는 서른명의 자서전 관리자 2022-12-24 521
    162 [경인일보] 웰다잉, 삶을 끝까지 사랑하는 방법 [경인칼럼] 관리자 2026-07-21 189
    161 [세계일보] 마지막 순간, 차마 놓지 못하는 손…가족 대리 땐 연명의료 시행 가능성 2.3배↑ 관리자 2026-07-20 187
    160 [파이낸셜뉴스] "돈 때문에 엄마 목숨 포기하자는거야?" 중환자실 형제싸움, 게을렀던 부모 탓 [은퇴자 X의 설계] 관리자 2026-07-18 263
    159 [청년의사] '임종기'에 갇힌 연명의료결정제도…"말기·돌봄으로 넓혀야" 관리자 2026-07-08 219
    158 [청년의사] [창간특집] 자기결정권 넘어 돌봄으로…연명의료 다음 10년 청사진 관리자 2026-07-08 197
    157 [청년의사] [창간특집] 연명의료결정제도 10년…존엄한 죽음은 가능해졌나 관리자 2026-07-06 200
    156 [국제뉴스] 배우자 잃은 어르신 위한 웰다잉교육…"슬픔 극복·새 삶의 시작" 관리자 2026-07-02 203
    155 [채널예스] 박혜윤 전문의의 작업실 -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 예스24 [당신의 작업실]    관리자 2026-07-01 208
    154 [헬스조선] “치료는 사람을 살리고, 연결은 삶을 버티게 합니다”[아미랑] 관리자 2026-06-30 211
    153 [이데일리] "우리 엄마 죽게 하려는 거냐"…대학병원에서 가장 미움받는 의사 [목격자] 관리자 2026-06-27 248
    152 [한겨레] 삶의 마지막 순간, 우리는 안녕한가 [건강한겨레] 관리자 2026-06-26 210
    151 [뉴시스] 30년간 재택 임종 지킨 日의사 "당신이 마지막 머물 곳은?"[인터뷰] 관리자 2026-06-17 241
    150 [의사신문] 환자·시민단체 “연명의료 ‘말기’ 확대 전 판단 기준 마련해야” 관리자 2026-06-11 237
    149 [동아일보] 노인 자살 1위 나라에서 ‘존엄한 죽음’이란 [오늘과 내일/우경임] 관리자 2026-06-06 214
    148 [한겨레] 내년 하반기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온라인으로도 작성·등록 관리자 2026-06-03 247
    1 2 3 4 5 6 7 8 9 10 ... 11

    상담신청

    교육문의

    e 뉴스레터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