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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의사] "숨이 트여야 항암도 버틴다"…화순전남대병원이 증명한 '조기 완화의료'의 힘
    2026-03-05 13:59:45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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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심현정 권역호스피스센터장·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대학병원 치료에서 지역 돌봄까지 '이어달리기'…지역 완결형 모델 제시

     

    암 치료의 목표가 '생존 연장'에서 '삶의 질'로 확장되면서 완화의료의 역할 역시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의료 현장에서 완화의료는 여전히 치료가 끝난 뒤 선택하는 마지막 단계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광주·전남지역암센터이자 권역 호스피스센터를 동시에 운영하는 화순전남대병원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곳에서 완화의료는 치료의 종착점이 아니라 암 진단 초기부터 항암치료와 나란히 작동하며 환자의 치료 여정을 지탱하는 '동반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암 치료 전 주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화순전남대병원의 통합 진료 모델은 지역 기반 완화의료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화순전남대병원 심현정 권역호스피스센터장(종양내과)과 폐암 진료를 맡고 있는 오인재 교수(호흡기내과)를 만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는 '한국형 완화의료 모델'의 의미와 가능성을 짚어봤다.

    제작: 청년의사 with Google Gemini
    제작: 청년의사 with Google Gemini

     

    치료와 돌봄을 하나의 연속선 위에 두다

    화순전남대병원은 광주·전남지역암센터이자 권역 호스피스센터라는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구조의 핵심은 치료와 돌봄을 분리된 단계로 보지 않는 데 있다.

    병원은 암 예방과 조기검진, 진단, 적극적 항암치료, 생존자 관리, 완화·호스피스 돌봄까지 암 관리 전 과정을 하나의 연속선 위에서 운영한다. 환자가 병원을 찾는 순간부터 생애 말기까지 진료 체계가 끊기지 않도록 설계된 통합 모델이다.

    완화의료팀 역시 기존 다학제 진료와 결이 다르다. 암세포 제거 전략에 집중하는 전통적 다학제 접근과 달리, 완화의료팀은 '암을 가진 사람 전체'를 돌보는 데 초점을 둔다. 팀에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뿐 아니라 성직자, 자원봉사자, 요법치료사 등이 참여한다. 정기 회의를 통해 신체 증상은 물론 심리적 불안, 사회경제적 문제, 영적 고통까지 통합적으로 평가하며,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과 자문형 완화의료 간호사가 함께 논의에 참여해 환자 상태 변화에 즉각 대응한다.

     

    숨이 트여야 치료가 이어진다…폐암 진료에서 조기 완화의료의 의미

    오인재 교수는 폐암 환자 진료에서 완화의료의 조기 개입이 갖는 임상적 의미를 강조했다. 폐암은 질환 특성상 호흡곤란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나타나고, 증상 악화 속도 또한 빠른 경우가 많아 환자가 치료 의지를 유지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암종으로 꼽힌다. 단순한 신체 증상뿐 아니라 극심한 불안과 공포가 동반되면서 치료 지속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오 교수는 "폐암 환자에게 호흡곤란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생존에 대한 공포로 직결되는 경험"이라며 "숨이 차기 시작하면 환자들은 치료보다 '지금 당장의 고통'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때 완화의료가 조기에 개입하면 통증, 호흡곤란, 불면, 불안 등 복합적인 증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몸의 부담이 줄어들수록 환자가 치료 일정을 유지할 여력이 생기고, 항암치료를 계획대로 이어가는 비율도 높아진다는 것이 현장의 경험이다.

    오 교수는 "증상이 안정되면 환자 표정부터 달라진다"며 "몸이 버틸 수 있어야 치료도 이어갈 수 있는데, 완화의료가 그 기반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에서는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이 줄고, 환자와 가족의 막연한 불안이 완화되는 변화도 관찰된다. 그는 "응급 상황처럼 느껴 병원을 찾았지만 적절한 증상 관리만으로 안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완화의료팀이 함께하면 환자와 보호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섬 지역에 거주하던 한 중증 폐암 환자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래 방문조차 어려울 만큼 폐기능이 저하돼 치료 지속이 불가능해 보였던 환자가 암센터 인근 요양병원에서 장기 호흡재활과 완화의료를 병행하면서 상태가 안정됐고, 이후 꾸준히 항암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오 교수는 "완화의료가 없었다면 치료 시도 자체가 어려웠을 환자였다"며 "증상을 먼저 잡아주자 환자가 다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폐암 환자에게 완화의료의 본질을 '숨 쉴 틈'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그는 "완화의료는 단순히 숨을 편하게 해주는 치료가 아니라, 환자가 공포에서 한 발 물러나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볼 시간을 만들어주는 과정"이라며 "육체적으로 숨이 트여야 마음도 안정되고, 그때 비로소 치료와 삶을 함께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돌봄의 이어달리기'…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치료

    대학병원 치료 이후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절은 말기 암 환자에게 큰 불안 요인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요양병원과 연계한 '돌봄의 이어달리기' 시스템을 구축했다.

    환자 전원 시 단순한 의무기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통증 조절 계획, 약제 조정 원칙, 응급 상황 대응 방법,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 환자의 의사결정 정보까지 상세히 공유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의료진이 환자를 처음 맡더라도 시행착오 없이 연속적인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모델의 핵심은 '지역 완결형 의료 전달 체계'다. 중앙은 표준화된 가이드라인과 제도를 마련하고, 실제 운영은 지역 거점 병원이 지역 특성에 맞게 수행하는 구조다. 심현정 센터장은 이를 "시스템은 표준화하되 운영은 지역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역 호스피스센터의 역할도 여기서 확장된다. 병원은 지역 의료진을 대상으로 통증 조절, 섬망 관리, 연명의료결정법 적용 등 실제 임상 중심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며, 필요 시 직접 찾아가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완화의료 확산의 핵심은 결국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판단에서다.

     

    제도적 한계…"정성껏 돌볼수록 적자"

    하지만 이러한 통합 완화의료 모델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진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가장 큰 한계는 현행 '입원형 호스피스 수가 구조'다.

    현재 입원형 호스피스 수가는 정액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환자의 중증도나 의학적 복잡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 말기 암 환자일수록 통증 조절, 호흡곤란 관리, 섬망 대응, 가족 상담 등 다층적인 의료 개입이 필요하지만, 실제 보상 체계는 환자 상태의 차이를 세밀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구조다.

    화순전남대병원 심현정 권역호스피스센터장
    화순전남대병원 심현정 권역호스피스센터장

     

    심현정 센터장은 "현재 수가는 환자가 얼마나 위중한지, 얼마나 복합적인 돌봄이 필요한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증상이 심한 환자일수록 더 많은 의료진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지만, 제도적으로는 그 차이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 24시간에 가까운 관찰과 반복적인 약제 조정, 다학제 회의, 보호자 상담이 동시에 이뤄진다. 완화의료의 특성상 의료행위는 눈에 보이는 처치보다 '시간과 관계 중심의 돌봄' 비중이 높지만, 이러한 과정은 현행 수가 체계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심 센터장은 "완화의료는 환자와 가족을 지속적으로 만나 설명하고 의사결정을 함께하는 과정이 핵심인데, 이런 돌봄의 가치가 의료 행위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성 들여 돌볼수록 의료기관의 재정적 손실이 커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심 센터장은 "현장에서는 '환자를 더 세심하게 돌볼수록 적자가 커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이 구조가 계속된다면 전문 인력 확충이나 서비스 질 향상에도 분명한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 완화의료 확산 자체를 가로막을 수 있다. 권역센터와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사명감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역 병원이나 요양병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크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완화의료가 특정 기관의 헌신에만 의존해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환자의 의학적 복잡도와 돌봄 난이도를 반영한 보다 유연한 수가 체계로의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상태에 따른 단계별 보상 체계, 다학제 돌봄 활동에 대한 평가, 상담과 의사소통 과정에 대한 수가 인정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완화의료를 치료 이후의 선택이 아닌 암 치료 과정의 필수 의료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서는 임상 현장의 변화에 맞춘 보상 구조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환'이 아닌 '병행'…완화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두 교수는 완화의료의 미래를 '전환'이 아닌 '병행과 통합'에서 찾는다. 과거에는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울 때 완화의료로 넘어갔다면, 이제는 암 진단 초기부터 완화의료팀이 함께 참여해 환자의 의학적 상태와 삶의 목표를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기 완화의료(Early Palliative Care)가 표준 진료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진료지침 마련과 의료진 교육, 그리고 건강보험 제도의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의료진이 말하는 최적의 완화의료는 단순한 통증 조절을 넘어선다. 환자의 존엄을 지키며 치료의 전 과정을 함께 걸어가는 것, 그리고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환자에게 완화의료가 남겨주는 '숨 쉴 틈'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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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미 기자 kym@docdocdoc.co.kr

     

    기사원문보러가기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6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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