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의 죽음 이야기
이 그림은 공동번역 성경 <토비트>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토비트는 평생 진리와 정의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눈이 멀게 됩니다. 아내 안나가 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중, 20년 전에 메대에 사는 가바엘에게 맡겨 둔 돈이 생각나 아들 토비아를 보내 찾아오게 합니다. 토비아가 먼 길을 떠나며 작별 인사를 하자, 안나는 돈은 더 해서 뭐하겠느냐며 이 아이는 늘 함께 있으면서 지팡이 구실을 했다면서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런데 예정된 귀가 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아들이 혹시 죽은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애통한 마음으로 날마다 아들이 떠난 길을 지켜봅니다. 마침내 아들이 돌아오는 것을 본 안나가 앞서 뛰어가고, 토비트는 허둥거리며 대문 밖으로 나서는 모습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Millet)는 자신을 20여 년간 애타게 기다리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이 작품을 그렸습니다.
<만종>, <이삭줍기>로 잘 알려진 밀레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 8남매 중 장손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했습니다. 20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지만, 할머니와 어머니는 화가의 꿈을 응원하며 그를 도시로 보냅니다. 그리고 중년이 되었을 때 밀레는 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게 되고, 2년 후에는 아들을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지만, 그 이듬해에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하지만 집에 갈 여비를 마련하지 못해 두 번의 장례식에 다 가지 못합니다. 이후 살롱전에 수상하여 받은 상금과 몇몇 작품을 팔아 고향집에 머물며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깊은 슬픔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그림, <기다림>(1861년)을 그렸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은 그리움, 그리고 고마움입니다. <박인조 작가>
밀레, <첫걸음마>(1858)
※ 이 글의 집필자인 박인조 작가는 사실모 상담사이며, 사실모 협력기관인 (재)에덴낙원(https://www.edenparadise.co.kr) 감사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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