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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생전 꿈처럼, 장례식에 그림 전시...우리는 다른 죽음을 꿈꿉니다
    2025-04-28 15:51:12
    관리자
    조회수   13

    죽음은 삶의 일부이지만, 시민들은 그에 대한 말을 최대한 아끼며 살아간다. 죽음에 대한 침묵이 길어질수록 불안과 두려움은 증폭되고, 결국 그것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게 된다. 이에 침묵을 깨고 싶은 시민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행사를 만들었다. 여러 세대 및 다양한 삶의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죽음을 삶의 고유한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얘기함으로써 그 앎을 확장하고 실천하려는 시도다.

    디-톡스는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2025 죽음이야기주간: 웃으면서 죽음을 말하고 싶었어'을 주최했다. 첫 번째 날에는 '죽음의 의례, 장례를 묻다', 두 번째 날에는 '나 홀로 죽음'을 주제로 이야기가 오갔다. 행사는 워크숍 형태의 '대화'와 참가자 중심의 '이야기 콘서트'로 이루어졌다.

    내가 원하는 '장례식'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김민석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이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김민석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이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 디-톡스


    18일 첫 순서로 서울시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의 김민석 사무국장 진행 아래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대화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하며 각자가 원하는 장례식을 기획하고, 김 사무국장에게 실현 가능 여부를 자문받았다.

    김민석 사무국장은 "장례는 정해진 대로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 애도에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자신의 상상한 장례식을 그대로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법률에 명시된 연고자만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친구,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 사촌, 조카나 이모, 사위나 며느리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법이 규정하는 유언의 법적 효력에는 장례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유언장을 공증받는다고 해서 원하는 장례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애도의 몸 마음가짐, 그리고 장례’ 이야기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애도의 몸 마음가짐, 그리고 장례’ 이야기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 디-톡스


    그 다음에는 '애도의 몸 마음가짐, 그리고 장례' 이야기 콘서트가 열렸다. 패널로는 박진옥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이사,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채비 이사, 이승주 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가 함께했다. 플로어에서도 자유롭게 이야기 콘서트에 참가해 각자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가족을 요양병원에 모신 한 참가자는 "장례는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가 감정과 기억을 승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생전에 전시회를 열고 싶어 하셨던 어머니의 그림을 모아 장례식장에 전시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곧장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이 마치 배송처럼 느껴졌다"는 참가자는 정해진 틀에 따라 진행되는 장례와 애도를 통해, '진심으로 고인을 보내는 법'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친구 두 명의 아버지가 같은 날 돌아가셨던 경험을 떠올린 또 다른 참가자는 "아버님의 삶이 각각 다르신데도 장례는 똑같았다"고 되새기며 장례의 일률적인 형식에 대한 의문을 보였다.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애도의 몸 마음가짐, 그리고 장례’ 이야기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패널로 참가한 박진옥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이사,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채비 이사, 이승주 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의 모습.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애도의 몸 마음가짐, 그리고 장례’ 이야기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패널로 참가한 박진옥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이사,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채비 이사, 이승주 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의 모습. ⓒ 디-톡스


    박진옥 이사는 서울시 공영장례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죽으면 장례를 치를 사람도 없고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에서 어떻게든 신변을 정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당사자에게 큰 의미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민법의 유언으로 장례 사항을 지정할 수 있게 하는 운동을 하려 한다. 나눔과나눔 시즌 2인 셈이다. '내뜻대로 장례'를 하고 싶은 당사자들로 조합을 만들고 캠페인을 해 제도를 바꿀 것"이라며 '후견인 제도'를 예로 들었다.

    전승욱 이사는 "사는 것도 팍팍하고 어렵지만, 죽는 것도 어렵다. 삶을 존중하지 않는 노동이 우리 삶을 지배하다 보니 죽음도 존중받지 못한 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의례 중 제일 안 바뀐 것이 상례"라며 "기존 장례의 모순을 넘어 반대 견해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승주 전 교수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장례 절차들은 가진 자들, 권력자들의 장례를 따라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장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용기와 결심, 준비성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장례문화는 나를 온전히 남기고자 하는 욕구에 기반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유경 전문상담사가 ‘비교적 깔끔한 결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희망하는 참가자는 (사)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소속 상담사가 상담 및 작성을 지원했다.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유경 전문상담사가 ‘비교적 깔끔한 결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희망하는 참가자는 (사)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소속 상담사가 상담 및 작성을 지원했다. ⓒ 디-톡스


    19일에는 책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저자인 이수연 작가가 '혼자 죽는 게 불행한가요' 대화를 진행했다. 대화 결과, 죽음을 마주한 감정은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나홀로 죽음에 대해 '무서움'과 '두려움'을 표현했으며, 자신의 물건이 남들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고독사를 대체할 새로운 표현으로는 '하나맞이'·'혼죽'·'혼향' 등이 논의됐다.

    고독사에 대한 인식도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20대 참가자는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결국 살아가는 기억을 소중히 쌓는 일"이라고 강조했고, 60대 참가자는 '정서적 고립'의 문제를 지적했다. 장례와 관련해 2030세대는 마음의 정리와 감정적인 준비를, 5060세대는 경제적 준비를 언급하며 준비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 <유경의 죽음 준비학교> 저자인 유경 전문상담사는 '비교적 깔끔한 결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대화를 진행하며 참가자들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질답을 나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본인이 임종 과정에 들어갔을 때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뜻을 사전에 밝혀두는 법적 문서로, 대한민국 국민 약 280만 명이 등록했다.

    유경 전문상담사는 "이제는 병원 혹은 요양원에서 혼자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삶의 끝자락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기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꼭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벌써 6년이 지났고, 대부분의 종합병원에는 의료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시스템 안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죽음은 삶과 반대가 아니다"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혼자서 죽음을 마주할 때’ 이야기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혼자서 죽음을 마주할 때’ 이야기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 디-톡스


    마지막 순서로 '혼자서 죽음을 마주할 때' 이야기 콘서트가 열렸다. 책 <각자도사사회> 저자인 송병기 의료인류학자가 진행을 맡았다.

    한 참가자는 "모든 생물은 결국 혼자 죽는다"며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죽음을 주체적으로 맞이할 수 없는 게 인생의 불완전함"이라며 "어떻게 혼자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까운 가족과 반려견의 죽음을 겪고 사별과 상실의 현실을 언급한 참가자도 있었다. 그는 홀로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을 돕는 '동행 일자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을 싱글맘이라고 밝힌 참가자는 아이 엄마끼리 '어떻게 죽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덴마크의 히피공동체에서 목격한 죽음을 전하며 "작은 축제처럼 진행되는 장례식을 보니 죽음은 슬픔만이 아닌 공동체적 행위이자 마지막 인생의 퍼포먼스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송병기 의료인류학자가 ‘혼자서 죽음을 마주할 때’ 이야기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송병기 의료인류학자가 ‘혼자서 죽음을 마주할 때’ 이야기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 디-톡스


    송병기 의료인류학자는 "죽음은 변한다. 절대 고정불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죽음도 변한다. 사회의 규범과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게 죽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죽음은 삶과 반대가 아니다. 사람의 삶을 기념하며 삶의 서사를 완성하고, 죽음 이후 삶의 서사가 확장되게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죽음에 도달하는 방식은 엄청나게 많은 의존을 야기한다. 서류작업, 법률, 돈, 의료진, 약사 포함, 사회적 맥락, 사회적 승인, 가족의 지지, 본인의 공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이초영, 백현주 디-톡스 리더가 행사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5 죽음이야기주간’에서 이초영, 백현주 디-톡스 리더가 행사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디-톡스


    홍양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실천모임 회장은 죽음을 금기시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젊은이들이 죽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처음 본다. 죽음이야기주간이 한국 사회 죽음 인식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초영, 백현주 디-톡스 리더는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앞서 죽은 가족·친구·동료를 마음속으로 떠올리며 나만의 애도식을 가졌다. 참가자 모두에게 여운이 남는 자리가 되었길 바란다"고 발언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기사 원문보러가기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22205&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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