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소식
주치의, 교황의 마지막 순간 전해
고통 없이 집에서 편히 잠들어
소임 다하려 2개월 요양 권고 거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3일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5주 동안 폐렴으로 입원한 뒤 차를 타고 퇴원하며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마=AFP 연합뉴스
교황은 눈을 뜨고 있었지만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집에서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르조 알피에리 프란치스코 교황 주치의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치의인 세르조 알피에리 박사는 지난 21일 오전 5시30분쯤 교황의 개인 간호사인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빨리 바티칸으로 와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는 20분 만에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도착했다. 교황은 산소호흡기를 사용한 채 눈을 뜨고 있었다. 하지만 호흡이 얕았고, 맥박은 점점 느려졌다. 고통스러운 자극을 줘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틀 전이었던 지난 19일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교황을 알현했을 때만 해도 괜찮아보였던 건강 상태가 확연히 나빠진 모습이었다. 알피에리 박사는 "그 순간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교황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로마의 병원으로 이송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그는 "교황은 생전에 늘 '집에서 눈을 감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결국 고통 없이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알피에리 박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치의다.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의 복부 종양 외과과장인 그는 2021년 7월과 2023년 6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부 수술을 집도했다. 올해 초 교황이 폐렴으로 38일 간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알피에리 박사는 교황 의료팀장을 맡았다.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된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애도자와 방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생전 교황은 연명 치료를 거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알피에리 박사는 "교황은 2021년 복부 수술 당시부터 '삽관이나 지나친 치료는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번 입원 때도 어떤 상황에서도 삽관하지 말라고 분명히 당부했다"고 밝혔다.
알피에리 박사는 교황에게 엄격한 식단 관리를 요구했던 일을 회상했다. "2021년 수술 후 식단 조절을 권했지만 교황은 군것질을 좋아해서 밤에 몰래 산타 마르타의 집 부엌에 가서 간식을 드시곤 했습니다. 덕분에 체중이 10㎏ 가까이 늘었죠. 제가 너무 엄격하게 굴 때면 교황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삶은 가볍고 여유롭게 살아야 해요.'"
알피에리 박사는 지난달 23일 교황이 회복 후 바티칸으로 돌아온 후 최소 두 달 동안 외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했지만 교황은 빠르게 외부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교황의 업무 복귀 의지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복직은 교황에게 필요한 치료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알피에리 박사는 "마치 죽음이 다가오자 교황은 자신이 해야 할 모든 일을 하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교황은 로마의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에서 성목요일 미사를 집전한 것을 기뻐했지만 재소자들의 발을 씻어주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것이 그분의 마지막 말이었다"고 알피에리 박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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