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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임종은 시설 대신 내 집에서… ‘학대 없는 노년’ 돕는다
    2026-05-28 12:29:19
    관리자
    조회수   12

    [통합돌봄, 현장에 가다]
    <2부> 돌봄의 이유
    ⑩ 지역사회 속 존엄한 노후

    AI 생성 이미지


    치매 진단을 받은 A씨(88)는 2017년 2월부터 전북 전주의 한 요양원에서 생활했다. 그에게 요양보호사는 자신을 돌보는 보호자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2024년 담당 요양보호사가 바뀐 뒤 그의 삶은 달라졌다. 새 요양보호사는 A씨를 돌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시로 때렸다.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뒤통수를 때리거나 신체 부위를 반복적으로 꼬집었다. 심지어 얼굴에 섬유탈취제를 뿌리고 양치컵에 담긴 물을 끼얹은 뒤 컵을 머리에 던지기도 했다. A씨가 ‘배가 고프니 두유를 달라’고 말했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2024년 7월부터 9월까지 이 요양보호사가 A씨를 46차례 폭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시설에서의 돌봄은 노인 학대 등의 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시설이 개방되지 않다 보니 외부에서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 어렵다.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겪는 이들은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못한다. 시설 대신 살던 곳에서 노년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통합돌봄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열악한 돌봄 시스템 때문에 노인 학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4년 2월 제주에서는 치매로 요양원에서 지내던 B씨(69세) 가족이 요양보호사를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요양보호사는 B씨의 동의 없이 침대에 그를 묶어뒀고, 가림막 없이 기저귀를 벗기게 하며 지내도록 하는 날이 많았다. 주변인들이 B씨의 성기를 관찰하는 등 성적 학대를 일삼았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제주지법은 노인복지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요양보호사에게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열악한 국가 복지시스템 등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돌봄 종사자의 학대 문제에는 처우 개선이나 인력난 해소 같은 국가의 책임도 있다고 본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5일 “요양원에서의 학대 문제는 돌봄 종사자의 낮은 처우와도 연결된다”며 “돌봄 책임을 가족에게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살던 곳에서 임종을 맞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가 가능케 하려면 통합돌봄이 제대로 정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통합돌봄은 고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경우 병원이나 요양 시설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의료뿐 아니라 요양, 보건, 주거 서비스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방문 진료·재활·간호 서비스가 촘촘히 뿌리내리면 개인이나 가족이 떠안았던 돌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통합돌봄은 결국 보건의료뿐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돌봐준다는 개념이므로 요양시설과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돌봄 부담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노인학대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 대신 집에서 맞는 임종


    통합돌봄의 핵심은 자신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존엄하게 죽음을 맞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에 있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2023년 장기요양 사망자의 사망 전 1년간 급여 이용 실태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의 67.5%는 ‘가정 임종’을 희망했다. 익숙하게 머물던 공간에서 죽음을 맞고 싶은 응답자가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집에서 임종을 맞는 ‘자택 사망률’은 14.7%에 그쳤다. 이는 개인이나 가족의 돌봄 부담에 집 대신 시설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의학적 개입을 통해 삶을 연장하는 ‘요양병원’을 택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정부는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고령층의 상당수가 입원 치료가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돌봄 공백 등의 이유로 입소를 택했다고 보고 있다. 통합돌봄이 정착하면 요양병원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이어가는 사례가 줄고, 삶의 마지막 시기를 시설에서 지내는 고령층 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이 채우는 돌봄 공백


    집에서 요양하는 재가 돌봄을 선택한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돌봄 공백이다.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이 발생했을 때 홀로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홈 분야에 AI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재가 돌봄 공백을 줄이는 상용화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스마트홈 기기를 통해 재가 돌봄 대상자의 생활·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돌봄 종사자와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반복적인 모니터링이나 기록·관리 업무를 사람이 일일이 수행하지 않아도 AI 분석을 통해 이상 징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술이 사람을 돕고 AI가 업무를 지원하는 돌봄 체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원문기사바로가기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79693974&code=111324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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