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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의사] '임종기'에 갇힌 연명의료결정제도…"말기·돌봄으로 넓혀야"
    2026-07-09 14:53:31
    관리자
    조회수   10

    [연명의료결정법 10년, 존엄한 죽음을 묻다③]
    “임종기→말기 확대해야…자기결정권 사각지대”
    요양병원 사각지대 해소·의료대리인 도입 과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3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삶의 마지막에 대한 의사를 미리 남겼고, 수십만 건의 연명의료 결정이 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청년의사는 연명의료결정법 10년을 맞아 제도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다음 10년의 과제를 3회에 걸쳐 짚어봤다.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10년, 현장 전문가들은 지난 10년이 환자 자기결정권을 제도화한 시기였다면 향후 10년은 제도 사각지대를 줄이고 생애말기 돌봄체계를 완성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했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10년, 현장 전문가들은 지난 10년이 환자 자기결정권을 제도화한 시기였다면 향후 10년은 제도 사각지대를 줄이고 생애말기 돌봄체계를 완성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했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10년. 그동안 우리 사회는 환자 자기결정권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도 안에 담아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300만명을 넘어섰고 연명의료 유보·중단 절차도 의료현장에 정착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 당시와 지금의 한국 사회는 크게 달라졌다. 2016년 고령사회였던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치매와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이 환자 자기결정권을 제도화한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적용 대상을 넓히고 생애말기 돌봄체계를 완성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결정권 제도화됐지만 적용은 제한적

    전문가들은 연명의료결정법 10년의 가장 큰 성과로 환자 자기결정권의 제도화를 꼽는다.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윤 교수는 “환자가 의료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며 “연명의료를 미리 논의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인식도 상당 부분 사회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 중심 의료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일부 연구에서는 제도 시행 후에도 임종기 심폐소생술 시행률이나 중환자실 이용이 기대만큼 감소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질환군과 의료기관 유형에 따른 분석이 더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허대석 명예교수도 연명의료결정법을 “크게 보면 성공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없던 제도가 생겼고 그동안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상당히 정리됐다”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사망자 가운데 법에 따라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비율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는 “국내에서 연간 약 35만명이 사망하지만 연구자에 따라 실제 연명의료 유보·중단 비율은 약 20~30%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상당수 환자는 여전히 제도 적용 범위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기 판단에서 사전돌봄계획으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상당수 환자에게 적용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현행법이 적용 대상을 ‘임종기 환자’로 제한한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연명의료 유보·중단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판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질환에 따라 임종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의료진도 법적 책임을 우려해 판단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 결정 시점이 늦어진다는 지적이다.

    허 교수는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기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국제적으로는 말기환자 단계부터 의사결정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임종기에서 말기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북의대 의료인문·의학교육학과 최은경 부교수도 국내 제도가 지나치게 임종기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해외에서는 치료 초기부터 환자의 가치관과 치료 선호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국내 제도는 여전히 말기나 임종기 상황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사전돌봄계획(Advance Care Planning, ACP)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전돌봄계획은 연명의료 시행 여부만 문서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원하는 치료와 돌봄, 삶의 방식에 대해 의료진·가족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기록하는 과정이다.

    최 교수는 “생애말기 치료 선호는 문서 한 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충분히 대화해 뜻을 공유하고 실제 의료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도 “사망이 임박한 시점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더 이른 단계부터 환자가 충분히 숙고하고 계획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300만명 시대…요양병원은 사각지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300만명을 넘어섰지만, 환자의 뜻이 실제 임종 현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허 교수는 “대형병원에서 임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임종을 맞고 있지만 정작 요양병원에서는 제도 적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대형병원에 집중돼 있고,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허 교수는 “국민이 자신의 뜻을 남겼는데 실제 임종 현장에서 그 뜻이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며 “요양병원에서도 환자 자기결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1인 가구 증가하는데 의료대리인은 없다

    초고령사회에서는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을 때 누구에게 결정 권한을 맡길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는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경우 가족의 진술이나 합의를 통해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치매 환자와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족 중심 의사결정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사를 가장 잘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의료대리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허 교수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못한 채 의사 표현이 불가능해진 환자를 위해 의료결정 대리인제도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명의료 중단을 넘어 돌봄체계로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과제가 연명의료 중단 결정 자체를 넘어 환자가 이후 어떤 돌봄을 받을 수 있는지까지 연결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동국의대 신장내과 신성준 교수는 “연명의료 결정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돌봄·복지 제도도 함께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와 가족들이 호스피스, 재택의료, 장기요양,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 교수는 “생애말기 돌봄과 연명의료는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도 초고령사회 의료의 핵심 과제로 ‘치료(Cure)에서 돌봄(Care)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의료의 목적을 단순한 생명 연장에서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삶의 질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연명의료 결정 이후 완화의료와 심리상담, 가족지원으로 끊김 없이 이어지는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 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 10년, 기록에서 실행으로

    전문가들은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다음 10년 과제로 ▲임종기에서 말기 단계로 적용 시점 확대 ▲요양병원 등 제도 사각지대 해소 ▲사전돌봄계획 확대 ▲의료결정 대리인 제도 검토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을 꼽았다.

    허 교수는 “대만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뒤처진 부분이 있다”며 “안락사 논의를 하기 전에 먼저 연명의료결정제도를 더 많은 환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듬고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환자의 뜻을 기록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뜻이 실제 의료와 돌봄 과정 속에서 구현되도록 만드는 것. 전문가들은 이를 연명의료결정제도 다음 10년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곽성순 기자 kss@docdocdoc.co.kr

     

    원문기사보러가기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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