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통합돌봄 정책에 ‘요양시설 임종기 지원’을 포함하면서 생활하던 시설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현재도 요양시설에서 임종돌봄은 이뤄지고 있지만 임종기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시설까지 연결할 인력과 수가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노인요양시설 임종기 돌봄 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사망 3개월 전 시설급여를 이용한 장기요양 수급자 2만7760명을 사망일 급여청구 내역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57.0%인 1만5810명이 병원에서 사망했다. 시설에서 사망한 수급자는 40.5%인 1만1250명이었다.
현재도 요양시설에서 임종돌봄은 이뤄지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요양시설 가운데 시설 내 임종을 희망하는 입소자가 있을 경우 시설에서 임종을 맞도록 돌봄을 제공한다는 곳은 76.4%였다.

문제는 임종기에 의료 필요가 커졌을 때다. 시설장·간호책임자의 53.3%는 시설 내 임종돌봄의 어려움으로 ‘의료서비스 한계로 인한 임종증상 관리’를 꼽았다. 요양보호사 등 돌봄인력 부족도 49.1%에 달했다. 시설 내 임종돌봄을 제공하지 않는 시설에서는 98.4%가 입소자의 임종징후가 확인되면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답했다.
시설 내 임종돌봄에 참여하는 인력도 돌봄인력에 집중됐다. 요양보호사 참여율은 97.0%, 간호조무사는 92.8%였지만 간호사는 32.1%, 계약의사는 20.2%였다. 요양시설은 계약의사와 외부 의료기관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연계하고 있지만 계약의사가 상주하는 구조는 아니다.
실제 계약의사 가운데 요양시설 임종돌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7.4%에 그쳤다. 계약의사의 82.3%는 시설 내 의료서비스의 한계로 임종증상을 관리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24.2%는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 발급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시설 임종돌봄 수요 높지만 별도 보상체계 부재
입소자 가족의 수요는 적지 않았다. 가족보호자의 80.6%는 시설에서 임종하기를 희망하는 노인과 가족을 위해 요양시설이 임종기 돌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필요한 서비스로는 통증·호흡곤란·탈수·불안 등 증상 관리가 75.3%로 가장 많았다.
시설과 계약의사 모두 임종돌봄에 대한 별도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시설장·간호책임자의 58.5%, 계약의사의 58.9%가 필요한 제도적 지원 1순위로 ‘임종기 돌봄 서비스 지침 개발 및 수가 신설’을 꼽았다.
연구진은 시설에서 입소자·가족과 임종 방식에 대해 상담하고 돌봄계획을 세우는 데 장기요양보험 수가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계약의사가 방문진료 범위에서 임종기에 필요한 의료처치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사망 전 방문진료와 사망진단서 작성에는 가산 등 수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간호사 최소 1명 배치와 외부 의료인력 연계 강화도 제안됐다. 가정전문간호사가 가정간호서비스를 통해 요양시설 입소자의 임종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수가체계를 만들고, 가정형 호스피스 적용 대상을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말기환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앞서 3월부터 말기·임종 환자의 집을 방문하는 가정형 호스피스의 의료진 방문과 임종돌봄에 대한 보상을 대폭 높였다. 다만 환자의 가정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여서 요양시설 입소자의 임종돌봄을 포괄하지 않는다. 연구진이 가정형 호스피스를 요양시설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 이유다.

"집·시설 관계없이 환자 선택권 보장돼야"
요양시설 임종 지원 자체도 통합돌봄의 정책과제로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7월 공개한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현재 30종인 통합돌봄 서비스를 2030년까지 60종으로 확대하면서 ‘재가 생애말기 지원’과 ‘요양시설 임종기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3월 발표한 통합돌봄 로드맵에서는 2028~2029년 임종케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이후 노쇠 예방부터 임종까지 전주기 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요양시설 임종기 지원의 대상과 서비스 내용, 의료인력 역할, 수가 등 구체적인 운영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시설 자체의 임종돌봄에 보상을 신설할지, 계약의사와 가정간호·호스피스 등 외부 의료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가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계약의사의 임종기 추가 방문과 사망진단 등에 별도 수가를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다만 이러한 의료지원은 요양시설뿐 아니라 재가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간호·가정형 호스피스 등과의 연계를 강화해 지역사회에서 임종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 자체의 임종돌봄 수가와 외부 의료서비스 연계를 시설과 재가에 함께 적용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시설에서 임종할 것인가, 집에서 임종할 것인가’를 제도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과 가족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통합돌봄에서는 시설 임종과 재가 임종을 포괄하는 지역사회 기반의 임종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형 호스피스=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이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통증·증상 완화와 심리사회·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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