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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사연 36 - 박혜숙 여사님의 숭고한 삶(조정숙 작가)
    2025-10-01 14:19:22
    관리자
    조회수   38

    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에서 구술자서전 사업을 하여 박 혜숙여사의 삶을 듣고 그분의 생애를 쓰게 되었습니다. 남산타운 아파트에 사시는 박 혜숙 님을 만나러 전철 버티고개에서 내려서 남산타운 둘레길을 걷는 길은 5월의 산들바람이 불고, 산 새소리가 고운 숲길이었습니다. 
    돈암동 시각장애인 센터에서 만나 뵌 적이 있는 여사님은 89세로 시각장애인입니다. 두 번째 만남은 내 나이는 잊은 체, 예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같은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나는 인터뷰 내내 여사님의 손을 잡고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차 인터뷰 : 박 혜숙 여사가 쾌활한 목소리로 “나는 제목을 정했어요. ‘여자의 인생길’이에요.”라고 말할 때, 제목에 서린 한 맺힌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고생도 많이 하고 슬프게 살았어.” 엄마에게 죽으라고 매를 많이 맞았다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내가 동생들 공부시켰는데 그 애들은 그걸 몰라.” 그녀의 말은 모두가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했습니다.


    2차 인터뷰 : 약수역에서 내려 금호동 터널 옆으로 오르막길로 갔더니 조금 수월하였습니다. 이야기는 지난번에 들은 것에서 새로운 것은 없고 서러움 받고 고생한 이야기에만 맴돌았습니다.


    3차 인터뷰 : 성북점자도서관 회장님과 여사님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려고 누군가와 작업했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녹음도 했는데 자녀들이 없앴다고 했습니다. 세 번의 인터뷰가 끝났는데 같은 사연들만 반복하고 빈 곳이 많았습니다. 나는 질문지를 작성하였습니다.


    4차 인터뷰 :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네 번째 갔을 때야 박 여사는 속마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녀는 할머니와의 이야기 속에서 할머니 등에 업혀 할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그때부터 노래 불렀던 기억과 동네잔치에 노래 불렀던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아버지 손잡고 장에 따라가서 맛난 것 먹었던 기억들, 어머니는 시집살이하는 집에 오셔서 빨래며 두루 집안살림을 살펴 주셨던 일,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는 것을 회상하였습니다. 고생하고 슬펐던 기억밖에 없었는데 자서전을 쓰기 위해 지난날을 떠올리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음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들 둘에 딸 하나, 손주가 일곱 명, 증손 여덟 명을 두신 여사님은 후손들이 많아 애국자라고 말합니다. 


    5차 인터뷰 : 처음에 했던 이야기와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재혼한 남편은 고마운 것도 모르고, 가여운 것도 모르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 번의 인터뷰 때까지도 마음의 문을 다 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네 번, 다섯 번 갔을 때야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의 구술대상자 박 혜숙 여사는 89세에 한쪽 귀가 안 들려 전화로는 인터뷰를 할 수 없었습니다. 


    6차 인터뷰 : 여섯 번째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한 방문이었습니다. 나는 보문동 사전연명의료의향서실천모임 소속이어서 박 혜숙 님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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